작성일 : 10-04-21 11:05
그들이 항소법원을 외친 이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098  

<항소법원 설치의 필요성과 과제> 토론회 현장은 전국 팔도 사투리로 가득 차 있었다. 가깝게는 충청도부터 시작해서 멀게는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지역 주민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국회로 찾아와 딱딱한 법과 법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토론회에 참석한 그 어느 전문가의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었고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들이 현장에서 항소법원의 필요성을 목 놓아 외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옛 기억이 새로웠다.

1999년 군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고향인 익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당시 군산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변호사가 단 1명도 없는 무변촌 고향이 항상 마음에 걸려왔던 터라 결심을 굳힌 것이다. 익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자 그동안 사법 서비스에 목말랐던 지역 주민들의 상담 요청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수임을 받지 않더라도 상세하게 법률 상담을 해드렸고, 한발 더 나아가 어려우신 분들을 대상으로 무료변론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덕분에 변호사 사무실은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그래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을 쉽고 편리하게 다가가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법은 시민들과 가까워야 한다.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주민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현재도 법률구조공단이나 국선변호인 제도, 지방변호사회의 무료법률상담 등 여러 제도가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를 보면 일반 국민의 43.6%가 법은 권위적이라고 답변했고 32.8%는 법은 불공평하다고 답변했다. 반면에 민주적이다(14.2%)와 공평하다(8.9%)는 소수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것은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평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법’이란 결코 친근하지도 가깝지도 않은 ‘무엇’에 불과하다.

물론 전국 지방법원 소재지에 항소법원을 설치한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사법 인식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방법임은 틀림이 없다. 한 번이라도 재판을 받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송사를 벌인다는 것이 그 자체로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고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지. 더구나 법원조차 먼 곳에 떨어져 있어 공판이 열릴 때마다 몇 시간 동안 차를 타야 한다면 그 부담은 배가 된다. 굳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한 헌법 제27조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런 부조리는 고쳐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 부족으로 고통 받던 전주, 창원 등지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증설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적인 과도기 조치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왜곡된 심급제를 개선해서 항소법원 설치를 늘려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현재 시스템 개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언제 설치되느냐 하는 것이다.

항소법원 설치가 지연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다. 대도시가 아니고서는 재판을 받기 위해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가야 한다. 아무리 전국이 일일생활권이고 교통이 발달하고 있다고는 해도 소송 당사자가 겪는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최대한 신속하게 항소법원 설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런 점에서 볼 때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독일의 고등법원은 모두 81개소가 있고 프랑스 또한 42개소의 항소법원을 가지고 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의 항소법원이 지역분포에서도 상당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우리는 어떤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모두 5개 항소법원이 있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에 3개의 공소원을 설치한 이후 80여년이 넘도록 변화가 거의 없다.

그날 열렸던 <항소법원 설치의 필요성과 과제> 토론회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각 지역에 항소법원을 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의 결론보다 어느 한 주민의 목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난 잘 모르겠고. 하여튼 법원이 좀 가까워야 안 쓰겄는가. 잘 좀 해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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