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2-12 10:53
바보야, 문제는 ‘균형발전’이야 - 대정부질문을 마치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756  

잘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조건 믿어달라고 한다.

지난 2월 4일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앞에 세워놓고 시종일관 나는 답답했다. 그 말은 곧,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1%와 그 맨 앞줄에 선 고위공무원의 주장을 믿으라는 얘기가 아닌가.

우리나라 고위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은 강남에 집을 갖고 있다. 이 숫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 커졌다.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65%가 강남에 살고 있고 장관급 20명 중 무려 16명이 강남에 산다. 80%다. 총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옮기지 않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남에는 학군, 생활, 문화, 정보, 권력이 모두 모여 있다. 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재테크가 된다. 시간이 흘러 집이 낡을수록 돈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 수도권, 특히 강남이 아닌가. 행정부가 이전한다고 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이전하지 않는다고 하면 집값이 올랐던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공무원 핑계를 댄다. 행정부처를 이전하면 서울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불편하겠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국회에서 거의 매일 전국 지방에서 올라오는 공무원을 목도한다. 회의 때문에 오전에 면담 시간을 잡을 때면 나는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내가 만일 오전 9시 밖에 시간을 뺄 수 없다고 한다면 지방공무원은 몇 시에 일어나 차를 타야 하는 것일까? 공무원의 행복권은 서울 공무원에게만 보장된 권리인가.

‘세종시 수정안’은 자신들은 옮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옮겨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안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균형발전’이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의 발언은 기득권자와 이를 옹호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도도 발전하고 세종시도 발전할 수 있지 않습니까? 왜 꼭 행정부처를 옮겨야 세종시가 발전하나요?”

내가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논리를 깨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수도권과 세종시만을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종시에 시혜를 주면 모두가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 행정부처를 이전하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잊고 있거나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세종시 행정기능은 단순히 행정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에 중앙 행정기관을 두고, 2시간 거리 내에 공공기관이 모인 혁신도시 10개를 만들어서, 지방 발전의 큰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 원 취지였다. 즉, 행정기능 이전과 혁신도시는 지방발전의 쌍두마차로 계획된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에 행정기능 대신 그에 버금갈 기업을 유치한다고 해도 이 마차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지방균형발전은 또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도 세종시에 롯데 식품연구소가 들어가고, CJ와 삼양사 같은 식품 대기업들이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자랑스럽게 발표한다. 그러면서 그 입으로 지방 균형발전도 이루겠다고 공언한다. 잘 될 것이라고, 무조건 믿어달라고…. 우리시대의 석학 정운찬 총리가 초등학생도 코웃음 칠만한 얘기를 저리 진지하게 하게 될 것이라고, 예전에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세종시 논쟁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청와대와 행정부, 검찰, 언론 등 모든 것을 가졌다. 마음대로 정책을 펼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잡아들이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떠들어대는 데에는 언론을 동원한다. 다시 찾아와야 한다. 국민과 서민의 것으로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

거울과 창문은 같은 유리지만 거울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과 나란히 선 사람만을 비춘다. 은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은칠을 하지 않은 투명 창으로 세상 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커튼을 활짝 열어젖혀 거울 앞에 선 대통령과 총리에게 세상구경을 시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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