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6-01 10:45
노무현 前대통령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290  
우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엇이었습니까?
중태에서 사망으로 소식이 바뀐 후 너무나 아파서 한 동안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가슴 여기저기가 아픈데 정확한 통점이 어디인지, 찾지 못한 채 그렇게 주말이 갔습니다.


저는 어제 민주당 영등포당사에 있었습니다.
당사에도 분향소를 차려 조문객을 맞이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했습니다.
한 사람이 눈시울을 붉히면 다른 이들도 어깨를 들썩였고 당직자들은 쉴 틈 없이 휴지를 뽑아 조문객들에게 건네야 했습니다.


좀처럼 면역성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이 슬픔 앞에서 저는 “우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이었는지”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슬픔 가득한 분향소를 본 적이 없습니다.
놀라움, 공감, 회환, 분노가 뒤섞인 이 기 막힌 곳에서 저는 저의 상실감이 무엇에서 연유하는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당연하고 지극한 감정 끝에는 바로, 현 정부가 빼앗아버린 민주주의와 합리적 공정함에 대한 상실감이 있었습니다.


댓글을 쓰고, 촛불을 들고, 유모차를 끌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순식간에 범법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바로 그 정부 아래서, 너무나 작고 나약하고 힘없이 스러져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로 억눌린 오늘의 민주주의, 공정함을 염원하며 숨죽이고 있는 다수의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검찰은 어쩌면 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깨끗할 수 있었던 분을 한낱 시정잡배로 만들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조사가 완결된 후에 최종 확인을 위해 소환했어야 하는데 조사도 미비한 상태에서 전 대통령을 불렀고, 그것이 미진하자 잡범 대하듯 대질심문까지 시도했습니다.
또 피의사실을 세세히 브리핑하는가 하면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진술을 모욕적으로 보수언론에 흘렸습니다.
용산사태에서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청장 예정자를 단 두 차례의 서면조사로 끝냈던 그 검찰이 말입니다.


그러나 이 상실감은 패배의 감정일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지면 우리가 되찾을 것도 명백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검찰청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법사위 위원으로서 할 일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 일렁이는 감정을 잘 추슬러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기본분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지금 경찰은 마지막 가시는 길마저 모욕하고 있습니다.
가시는 길에 초를 밝히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아마 이 출렁이는 민심이 어디에 닻을 내릴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도 되겠지요.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 국민의 마음속에서 파도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서 앗아간 것을 참회하며 내놓지 않는다면 그 파도는 더 이상 마음속에 갇혀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존경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유일한 대통령, 공감하고 기대하는 만큼 더 많이 원망했던 대통령이었습니다.


스스로 탄핵의 대상이 되어 역설적이게도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다”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점을 보여주고 또한 달게 받아들이셨던 분….

빈농, 상고 출신의 비주류 정치인으로서 주류 보수로부터 걸핏하면 “품위가 없다”며 업신여김을 받았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분….

뻔뻔하게 굴욕을 감내하는 인간이 아니었기에 더욱 영원히 기억될 사람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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