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3-11 13:30
1400년 무왕의 꿈, 그를 박제화하려는 후손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50  

1400년 무왕의 꿈, 그를 박제화하려는 후손들

몇 해 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문을 펼쳐 오피니언 면을 보다가 꽤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명사가 영국 대영박물관을 갔다가 중국·일본보다 초라한 한국관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명사의 의식 수준이 그 정도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이러한 내용이 국내 유수 일간지에 버젓이 실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에 3만4,369점,
미국 스미소니언 프리어 미술관 등에 1만7,803점, 영국 대영박물관 등에 6,610점 등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20여개 나라, 7만5천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다시피 세계 굴지 박물관의 역사는 약탈과 암거래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영박물관에서 우리 유물을 마주한 소회가 고작 규모의 초라함이었다니….
더 많은 우리 유물이 영국에 있었어야 했다는 뜻이었는지 필자는 아직도 그 속내가 궁금하다.

연초 익산 미륵사지에서 천년의 역사가 눈을 떴다.
지난 토요일(7일) 방영된 KBS역사추적 <대발견! 미륵사 사리장엄>은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140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백제는 흐트러짐 없이 단아했다"는 멘트로 시작됐다.

2부작으로 특집을 꾸밀 만큼 미륵사 사리장엄의 발견은 백제사를 뒤흔드는 놀라운 충격이었다.
639년 익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무왕과 선화공주 사랑이야기의 사실여부를 둘러싸고 전국이 들썩였다.
문화재청은 "무령왕릉 발굴과 능산리 금동대향로 조사 이래 백제지역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라며,
백제문화 연구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언론과 학자들이 삽시간에 익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기쁨과 흥분도 잠시, 익산은 곧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이 소중한 유물을 어디에 존치할 것인가가 화두가 됐기 때문이었다.
마침 설 연휴로 고향에 내려와 있었던 필자는 도처에서 익산시민의 염려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4대 고도(古都) 중 하나인 익산에서 발견된 유물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곧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연락을 취했다.
그들 역시 흥분에 휩싸여 있었고, ‘국보 중의 국보’라는 미륵사지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존치시키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결정적인 의견은 “지역의 욕구야 당연하지만 중앙박물관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라는 것이었다.
관광객도, 국내 관람객도 압도적으로 많은 대표 박물관이니
이곳에 두고 국내외에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일정을 앞당겨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익산 존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존치 지역을 결정하는 문화재청장과 면담 일정을 정했다.
몇 차례 접촉 후 마침내 문화재청장은 “처음에는 중앙박물관에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익산존치가 마땅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백제 부흥을 위해 익산으로 천도하려했던 무왕의 마지막 꿈이 이제 막 착근하는 순간이었다.

익산 유물 존치는 이제 시작이다.
 미륵사 유물전시관 국립박물관 승격, 미륵사 복원, 익산역사문화지구 보존·활용 계획수립 등
수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예산은 물론, 중앙 중심의 사고와 무수히 싸워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과 괴리된 상태로 무왕의 꿈이 또 다시 박제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최근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터뷰를 통해
“박물관은 역사의 교육 장소이고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산실이자 보고이다.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북한에 간 이유 중 하나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실제로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륵사지 유물을 보기 위해 익산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다시 조건 때문에 서울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그것이 우리 문화의 위용을 대영박물관에서 찾는 일과 무엇이 다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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