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18 17:47
서민을 외치기 전에 인권부터 챙겨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59  

MB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한국경제의 낙관론을 외치더니, 갑자기 서민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재벌 때리기’ 발언이후 정부 각 부처는 친서민, 친중소기업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생색내기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경제부처 장관들은 그동안 MB정부의 친재벌 대기업 정책을 주도해 온 이들이다.

이들로 인해 서민과 중소기업의 경제난이 심각해졌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묻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제정책 전반의 기조를 서민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새로짜야 한다는 것이다. 친재벌 경제부처 장관들을 내세워 서민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구심만 깊어진다.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한 채 국민을 현혹하는 땜질식 처방이 이 정권의 국정운영의 기본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민간인 불법 뒷조사 사건도 그러하다. 이 정권 내내 단지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거나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미네르바 사건은 시작이었을 뿐 수많은 방송인과 문화예술인, 언론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덤벼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 김종익 씨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 하나를 링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사찰을 당해 직업과 재산, 정상적인 가정생활까지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민주당이 운영하고 있는 ‘국민뒷조사진상조사위원회’에도 관련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이 경쟁하듯 사찰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법사찰이 단지 몇몇 사람들의 어설픈 권력남용이 아니며, 권력실세의 개입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기에 불과 2년 반 만에 이 나라가, 우리 국민의 처지가 이처럼 어이없게 되었을까.

문제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김종익 씨 뒷조사가 시작된 건 2년 전이다. 촛불시민의 물결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때, 국민 앞에 고개 숙인 대통령은 참모들을 향해 촛불집회의 배후를 밝히라고 했다.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인터넷과 대의정치는 양립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 정치참여가 달갑지 않고, 정치적 반대자들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통제대상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었지만 이 문제를 검찰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은 사정기관의 운영 실태를 점거하고 개선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본질은 사정기관의 기강문란이 아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불법사찰을 기획했고 지시했는가에 있다. 몸통을 발본색원해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지 않으면 나라가 국민을 뒷조사하는 치졸한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청와대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정기관에 여전히 버티고 있는 PK, 영포라인부터 축출하고 국민 인권을 유린한 불법사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성역 없는 검찰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국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 인권과 민주주의가 하찮은 것처럼 내팽개쳐진 채 나라의 품격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국격을 높이는 일은 다른데 있지 않다. 사찰권력의 실체를 규명해 그 죄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있다. 1년 넘게 지속된 뒷조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김종익 씨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러니 죄지은 자들을 단죄한다고 해도 이미 뿌리 채 바뀌어버린 그의 삶은 어떡할 것인가. 불법사찰 피해자들의 모독당한 인격과 삶은 어찌할 것인가. 그러니 두 눈 부릅떠야 한다. 유신독재정권이 그러했듯 부도덕한 권력이 의례 저지를 수 있는 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에 드리워지는 온갖 종류의 고통에 대해 진짜로 아파할 수 있을 때, 그 민감한 감수성을 가질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영포게이트와 국민뒷조사 진상규명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 이유다.


2010. 8. 3 /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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