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2-05 11:57
갈등 대립은 당연한 것, 문제는 정치의 부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02  
 

갈등․대립은 당연한 것

문제는 정치의 부재



지난해 우리 국회는 미디어법 처리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의장석 앞에서 몸싸움 하는 모습이 전국 생중계를 넘어 해외토픽으로까지 방송되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거대여당의 불법적인 밀어 붙이기와 직권상정에 맞서 야당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긴 했지만, 국회에서 싸우지 말라는 국민들의 말씀. 겸허히 새겨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무조건 갈등과 대립이 없는 국회가 좋은 국회일까. 부부 간에도 갈등이 있는 법인데 국회에 갈등이 없어야 하는 걸까. 단지 싸우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눈앞에 있는 갈등조차 없는 것처럼 은폐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은 필요악이다. 건강한 사회라면 오히려 갈등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갈등은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서 우리 국회가 내적·외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가 마주한 갈등이 일반적인 갈등과 차이가 있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 보니 아무래도 그 갈등의 폭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가보안법 같은 이념적인 법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약사, 변호사-변리사 등 각 직역과 관련된 법들도 그 파괴력이 상당하다. 그 때문인지 의원회관에 있다 보면 예산이나 법안을 설명하려는 사람들을 부지기수로 만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소위 쟁점법안이나 예산안은 항상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 보수신문사에게 방송까지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 대운하로 의심되고 환경파괴까지 우려되는 4대강 사업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어떻게 갈등이 없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민사회에서 엄청난 반대와 갈등이 있는데 야당이 모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국회 갈등을 우려하시는 분들은 대화와 타협을 말씀하신다. 여야 협상문화를 키우고 리더십도 합리적으로 바꾸고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고 우리 국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17대 국회 때 국가보안법이나 이번 미디어법처럼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대답 없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점잖게 반대 의사만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인지. 야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거꾸로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국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속 시원한 결론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의사진행발언으로 표결을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 같은 제도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폭력행위 자체만을 막는 기술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여야 간의, 그리고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필자가 이 자리에서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국회가 갈등일로로 치닫는다고 해도 무조건 단순 다수결로 상황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 처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국회가 극한의 대결로 치닫고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마다 다수결 원칙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다수의 ‘힘’에 따라 처리되었다.

물론 다수결의 원리는 민주주의의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소수에 대한 배려보다 항상 우위에 서는 원칙은 아니다. 특히나 쟁점사항에 대해 단순 다수결을 주장하는 것은 다수가 독식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건물 지분 51%를 가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건물을 처분할 수 있겠는가.

특정세력이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없고, 독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치의 근간이다. 그런데 그것을 모르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대통령은 정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18대 국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원인은 대통령에 기인한 바 크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국회 갈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갈등이 많다. 노동문제, 환경문제, 여성문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이 이미 중요한 갈등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다. 우리 국회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미래에 새로운 갈등들이 제기되었을 때 더 큰 폭력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야와 시민사회가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도 대통령의 ‘모르쇠’와 ‘밀어붙이기’로 무산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먼저 대통령의 정치의 기능을 인정하고 귀를 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국회에 맡긴 역할은 사회적 갈등을 모두 아울러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해결의 미학이자 갈등 관리이다. 18대 국회가 갈등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큰 해우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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