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1-14 20:33
2009 국정감사, 그리고 그 이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656  
 

2009 국정감사, 그리고 그 이후


짧은 경험이지만 국회의원 활동은 마라톤도 아니고 100m 달리기도 아니다. 마라톤 완주 후에 100m를 전력 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적어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18대 국회는 그렇다.


지난 3일, 5․18 민주항쟁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18이 군대․경찰․검찰 등 공권력이 무력화되면서 폭도들에 의해 법질서가 무너진 사건이라는 것이었다.


극우단체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면 그뿐이겠지만 공권력, 법질서…… 정말 익숙한 논리가 아닌가. 촛불시위가 그랬고, 용산참사가 그랬다. 정치 똑바로 하라고 촛불 든 국민이 불순세력이 되고, 용산은 아들이 불을 질러 아버지를 죽인 참사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그리고 그 공권력이 총집결해 있는 국회 법사위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이 극우단체는 그 논리를 발전시켰을 뿐이다. 용산참사보다 좀 더 많은 시민이 죽었을 뿐,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용산참사를 포함한 법사위의 국정감사 현안은 실상 국민 여론 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피감기관들이 자료를 내놓지 않으니 처음부터 승부는 난 것이나 진배없었다.


검찰 쪽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었고, 감사원의 경우 국가인권위 감사자료 일체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말뿐, 1년이 다 되도록 자료는 오지 않았다. 법제처는 올 6월 회의자료 일체를 공개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줄다리기 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록물 절도범쯤으로 만들어버린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을 입수했는데 그 후, 아예 법을 바꿔버렸던 것이었다.



국감을 앞두고 다른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했다. 하나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감사원의 질문답변서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감사가 표적감사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문서였다. 긴 실랑이 끝에 법제처의 녹취록도 확보했다. 또 서울지검 국감을 앞두고는 시위사범 전산입력 카드와 공안범죄 조회결과서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촛불시위를 수사하면서 연좌제를 적용, 신공안정국으로 전환시키려 했던 결정적 증거이자 서울지검, 대검, 법무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화살이었다.


확실한 증거 덕택에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으로부터는 “공안사범 자료관리규정 폐기”를, 법제처장에게서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제도적 개선”을 약속받았다. 대법원으로부터는 신영철 대법관과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감사원장은 직접적으로 시인하지 않았지만 표적감사임을 시인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건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용산참사가 우리 안의 작은 광주라는 것을 수차례 역설했건만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한 소리 외에, 다른 말은 들을 수 없었다.


그 후 국회 전문위원 선정 국감 우수의원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기나긴 마라톤 과정에서의 물 한 모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갈증 후의 물은 매우 소중하지만 적어도 물을 마시기 위해 뛰었던 것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저항하는 국민이, 민주주의가, 주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절망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국감결과를 들고 회의할 시간도 없이 재․보궐 선거지원,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판결로 인한 무효언론악법폐지투쟁위와 예결산특위, 정치개혁특위, 상임위 등으로 일정표가 빽빽해졌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등을 다시 곧추세웠다.


어느덧 1년 반…. 단련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까짓 거, 100m 달리기 속도로 마라톤을 뛰는 일도 아닌데…….’ 그랬다. 나는 MB의 집권기간에 당선된 야당의 국회의원이었던 것이다.

18대 국회에 가장 필요한 건 뭐? 나는 주저 없이 답한다.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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