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7-27 09:54
야만의 사회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731  
 

야만의 사회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국회만이 아니다. 세상이 마치 정글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사는 게 정말 힘들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정치이야기를 할라치면 친구들은 술맛 떨어진다고 눈치를 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불만은 더욱 높아갔지만 이제는 “입 조심하자“고 말했다. 안주 값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보다 많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원래 우리 사회는 돈 있고 빽 있고 줄 있는 사람에게 유리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는 힘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아들이 법관을 꿈 꿀 때 지긋지긋한 가난과 멸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 한 편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도 함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변했다. 직업이 갖는 기능과 존중감은 연봉과 권력의 정도로 치환됐다. 이 시대에 존경 받는 직업군은 이제 남김없이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제4부 언론마저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가 전면화 되면서 대선에서 승리했다. 총선에서도 돈을 더 벌게 해줄 것 같은 사람, 정당에 표가 몰렸다. 열광적 지지가 아니었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브앤테이크가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뉴타운 공약은 허위임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벌 받지 않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나도 철거 당해봤다, 노점 해봤다, 장사해봤다” 등 연신 “나도 해봤다”는 남발하면서 더 부지런히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서민들을 훈계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기득권자들을 옹호했다. 그 이야기를 국민들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얘기로 알아들었다.


짐승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먹어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정치권까지 관통하는 것을 목도했다.


인간의 사회가 짐승과 다른 점은 힘 센 자만이 아니라 약자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그래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이들을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언론과 행정과 정치라는 장치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눈치 보는 시늉도 없이 행정, 사법, 입법부를 장악했고 마지막 남은 제4부 언론마저 먹어치우려 했다.


마지막 선택, 의원직 사퇴


22일, 본회의장 앞. 옮길 수 있는 묵직한 물건은 모두 옮겨 바리케이드를 치고 그것도 못미더워 의원들이 인간산성을 쌓았다.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민주당 보좌진과 당원들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경위들이 한나라당 보좌진들을 설렁설렁 들여보내주었다.

수차례 몸싸움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전동차를 끌고 와 연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진했다. 진입을 위해 한나라당 여성 보좌진을 방패삼았다. 손을 댈 수 없어 난감한 처지에 경위들이 밀고 들어왔다. 직격탄을 맞은 의원들이 쓰러져나갔고 한 당직자는 엘리베이터에서 집중난타를 당해 40바늘을 꿰매었다. 여성의원은 물론 남자 의원 눈에서도 눈물이 솟구쳤다. 인간의 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승의 시간이었다.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짐승의 사회를 인간의 사회로 돌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역사는 패자를 향해서는 아아, 하고 감탄사는 늘어놔도 결코 도움도 안 주고 용서도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 앞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서를 지도부에 제출했다. 의원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땀범벅이 된 동료 의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눈동자만은 빛났다. 이렇게 진심을 담아 악수를 한 적이 있었던가. 마주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이제 민주당은 진정으로 국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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